알 바 니 아 소 식
"알바니아"는 사도 바울 의 마지막 선교 지였던 "일루 리곤 "입니다.(롬 15:19)
사랑하는 알바니아 선교 동역자 여러분들께.
무덥고 가물었던 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두툼한 이부자리를 찾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그 동안도 모두 안녕하셨는지요?
알바니아의 여름은 결혼의 계절입니다. 알바니아의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는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가족이 한∙두 명씩은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여름 휴가철에 가족들이 함께 모이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해서 각 가정의 혼례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바니아에서의 결혼은 결혼식이 있기 한주간 이전부터 매일 저녁 자정이 되기까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틀어 결혼식 분위기를 고조시켜 갑니다. (예전에는 밤새도록 음악을 틀어놓았지만 최근에는 자정까지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의 경우는 코로나 19 로 인해 모임과 여행이 제한되어서 거의 결혼식을 알리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는데 올 여름은 거의 3 개월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결혼식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가 늘어가고 있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들이 지난 해와는 달리 여행 제한을 완화하여 해외를 오가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알바니아 공항이 이렇게 붐비는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알바니아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여행제한이 다소 느슨해지자 경제적 탈출구를 찾는 많이 이들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어서 이러다가 알바니아에는 선교사들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합니다.
죠발린 목사님의 아들 레돈이가 두 주 일정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누나 가정을 방문할 목적으로 지난 8 월 초에 출국을 했습니다. 그런데 레돈이가 돌아올 날짜에 돌아오지 않고 일거리를 찾아보겠다며 이탈리아에 남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떠나도 레돈이 만큼은 남을 줄 알았었는데, 그랬던 레돈이 역시 알바니아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구석이 뻥하고 뚤려버리는 것 같은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하지만 알바니아의 경제적 현실을 생각하면 레돈이의 결정에 대해서 뭐라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격려하고 축복하였습니다.
최근에 보게 된 자료에 의하면 알바니아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468 유로로 발칸국가 중 최저 수준입니다. 게다가 변변한 일거리가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인지 올 여름, 교회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서 가사를 돕는 비율이 거의 100%였고, 그 중 대부분이 개학을 한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름기간 동안 두러스 교회 (커네트 - “드리따 에 레” 교회)는 예배 인원에 큰 변동이 없었지만, 청소년의 비중이 큰 티라나 교회 (베사 – “드리따 에 레” 교회)의 경우는 위에 언급한 이유 등으로 예배 인원이 적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성심으로 예배를 섬기며 자라가는 청소년들과 교인들로 인해 감사하게 되고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오래 전 주일학교부터 출석하다 이탈리아에 가서 일하던 “예수” (청년의 이름)가 가정 사정으로 일시 알바니아에 돌아와서 예배에 참석하는 중입니다. “예수”가 교회에 오면 “와… 오늘 우리 교회에 예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했었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인사로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재개발로 인해 이사하고 또 여군에 입대해서 훈련받느라 한 동안 예배 참석이 어려웠던 엘비사도 자대 배치를 받고 또 집도 교회 근처로 다시 이사 오게 되어서 지난 주일에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미용학원에 다니며 취업을 꿈꾸던 엘비사의 어여쁘던 손이 어느덧 굳은 살이 박힌 군인의 손이 되었고, 피곤함으로 입술까지 부르튼
여름을 지내며 안타까운 또 한가지 일은, 지난 2011 년부터 만 10 년간 함께 신앙생활하며 교회를 섬기셨던 김승현/이정아 집사님 가정이 알바니아를 아주 떠나신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인이 선교사뿐인 알바니아에서 사업을 하며 신앙생활을 하시던 집사님 가정은 알바니아에 오신 이후 줄곧 저희 교회에 출석해오셨는데, 알바니아 현지어로 예배드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여러 차례 인터네셔널 교회로 가시라고
권면드렸었지만, 알바니아를 떠나시는 날까지 계속하여 의리(?)를 지키시면서 예배에 참석하시고 또한 교회를 섬기셨습니다. 코로나 19 의 직격탄을 맞아 사업이 어려워져서 알바니아에서의 사업과 생활을 정리하셔야만 하는 상황 속에 떠나시게 되어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광야와 사막에 길을 내시고 인도하시는 주님의 선한 손이 집사님 가정의 앞길을 인도하실 것을 믿으며 또한 간구하며 축복함으로 보내드렸습니다.
2 년여 가까이 지속되는 코로나 19 상황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 지원을 받고 있는 현지 사역자들의 선교 후원금이 반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고, 저희 가정의 경우도 코로나 19 시작 이후 급감한 선교 후원금이 언제부터인가는 후원금보다 지출이 많아지고 적자가 계속하여 불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텨갈 수 있을지…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사역하고 있음이 기적임을 체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막내 은진이가 지난 7 월 초에 한국으로 들어가서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을 힘입으면서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둘째 명은이의 복중 아기도 건강히 잘 자라고 있고, 첫째 은섭이는 새 학기부터 중학교 교감의 직책을 받아 학생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학교 행정업무도 섬겨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이며 많은 분들의 기도의 은혜입니다.
올해는 한국과 알바니아가 수교한지 30 주년이 되는 해이며, 또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알바니아에 다시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한지도 30 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알바니아의 협력관계가 더욱 깊어져 가고, 더불어 한국 선교사들이 양국의 가교역할과 계속적인 알바니아 복음화를 위한 밀알들이 되어가기를 소망합니다.
현실의 모든 상황이 마냥 끝없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을 주지만, 이것이 “동굴”이 아니고 언젠가는 벗어나게 될 “터널”이라는 것을 믿고 소망을 가지고 한 걸음 더 내딛습니다.
*. 기도제목
1. 알바니아에 부흥을 주소서.
2. 사도 바울을 통해 전해 받았던 복음과 믿음의 제단이 성령의 운행하심 가운데 이 시대, 이 땅 가운데 다시 편만히 전파되고 재건되게 하소서. 선교사들과 현지인 사역자들이 지치거나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과 일꾼들이 세워지게 하소서.
3. 알바니아인들이 고국을 떠나지 않고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 성장과 안정을 허락하소서.
4. 막내 은진이의 한국 정착과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서. 명은이의 태아가 복중으로부터 성령충만하고 건강히 자라도록.
5. 암으로 투병중인 한태진 선교사(코소보 선교사)의 통증 완화와 회복을 위해서.
2021년 9월 24일
알바니아에서 조태균, 오현미 선교사 드림.